경상대 퇴직한 이원수 씨, 첫 시집 펴내
-『낯선 시간 속의 정원』…고향과 농촌을 기록한 풍속도
-“내 시는 빈 들녘 허허바람 타고 혼자 부르는 휘파람 소리”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권순기)를 퇴직한 이원수 씨가 첫 시집 『낯선 시간 속의 정원』(시문학사, 109쪽, 8000원)을 펴냈다. ‘안단테칸타빌라 속으로’라는 부제를 붙였다.

경북 영천 출신인 이원수 씨는 1984년부터 33년간 경상대에 재직한 공무원이었지만, 일찍이 계간 『문예운동』과 월간 『한비문학』을 통하여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진주 개천문학제, 통영 한산대첩제, 경주 신라문화제, 진해 김달곤문학제, 고창 미당문학제 등 전국 유명 문학제 백일장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 현재 진주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회원이다. 향토문화해설과 SBS 방송 시나리오 집필을 하고 있다.

이원수 씨는 ‘물푸레나무 껍질처럼 도닥도닥 가난이 붙어사는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런 고향 하늘빛이 이리 고운 줄 쉰아홉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다. 천리객창에서의 그리움이 사랑으로 되어, 예순다섯 편의 시가 태어났다.

시 해설을 쓴 유재천 경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원수 시인의 시에는 밤실할매, 우촌할배, 용달씨, 율전 아제, 홍식이 어머니 같은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상여울이나 씨받이 황소의 교미 같은 사라져가는 풍속과 고향에 대한 기억들이 있다.”면서 “이러한 이야기들은 이원수 시인의 시를 단순히 고향의 모습을 그린 풍경화가 아니라 고향과 농촌에 대한 이야기들을 기록한 풍속도로 만들어 놓는다.”고 말한다.

적막한 그리움을 더듬는다 / 아득한 그 날, / 소통 칡냄새 풋풋한 마당에 누워 / 짚멍석 돌돌 말아 하늘을 쳐다보면 / 콩만한 하늘별이 콧등 그리움 되어 / 적막을 쓰러안고 / 지친 일상의 껍질을 툭툭 털어내면 / 범바위 와불 석탑 / 아라한의 영험함이 / 인간의 품안으로 내려와 한이 되어 쌓인다 <낯선 시간 속의 정원>에서

칠월 백중 날, / 따가운 햇살이 경로당 처마 위에 깔려 있다 / 봉무골 산등을 타고 온 더운 바람 / 지난밤의 소낙비 한 줄기 / 농로를 따라 흐르는 실개울 물소리 / 싱그러운 바랭이 풀 우거진 흙냄새 / 포롱포롱한 뭉게구름 띄엄띄엄 / 하나같이 삶의 힘줄 흔적들이 가족처럼 둘러앉아 / 연못가 늙은 능수버들 그늘에 모여 / 아랫들 두벌논 매고 온 마을머슴들에게 / 농줏잔을 돌리는 사람들 / 봇도랑길 따라 이장 부부가 징과 장구를 메고 / 이쪽으로 오고 있다 / 이 무더운 여름날에도 신평리 농악소리는 이틀이 멀다 하고 / 산과 들이 쩡쩡거리게 북 두드리며 살아간다 <신평리 풍경화-여름> 전문

소한 추위가 한풀 꺾인 신평리 / 아침부터 싸락눈이 내린다 / 솔안골 홍식이 모친이 싸락눈을 머리에 이고 / 총총걸음으로 큰 마실로 내려온다 / 지난봄, 올복숭아 꽃씨 솎아내다 말고 헛바람 들어 / 집 나간 막내며느리가 읍내식당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 그나마 한숨 몰아치는 홍식이 모친 / 때마침 / 서원향사 가시는 우촌할배를 구판장 입구에서 만났다 / “과세 편히 쉬셨능교!” / 뜬금없이 아침 인사를 공손히도 한다 / 올 겨울 신평리에는 많은 눈이 내릴 모양인지 / 골목길 담장 너머로 / 이장집 / 콩비지 끓는 냄새가 들척지근하다 <신평리 풍경화-겨울> 전문

유재천 교수는 “신평리는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옛 모습을 잃고 쇠락해가는 전형적인 오늘날 농촌 마을이다.”라면서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시인의 고향 신평리는 아직도 서원향사와 같은 유교적 전통과 옛 풍속의 흔적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는 그런 농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시인의 입장은 고향을 떠나 있으면서 가끔 고향을 찾는 순례자의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원수 씨는 “긴 여행을 마치고 귀가를 재촉하는 시간, 절집에서 내려온 늙은 행자의 유랑길인가. 평생 역마살이 끼었다는 나에게 시는 마음의 족쇄이기도 하다. 언행도 부실하고, 사고도 불량하며, 글 쓰는 재주는 더 무딘 나에게 시는 사치일까 두렵다.”고 말한다. 그는 “내 시는 어림없는 거짓이며 빈 들녘의 허허바람 타고 혼자 부르는 휘파람 소리임을 나는 알고 있다.”며 겸손해 한다.

▯사진 설명: 이원수 씨의 시집 『낯선 시간 속의 정원』 표지
▯내용 문의: 이원수 씨 010-9239-3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