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에 등장하는 ‘진주 기생 논개(이암씨)’ 확인
-경상대 도서관 소장 『별춘향전』, 『오가전집』
-“기생이 무슨 정절이냐”에 “진주 기생 이암씨는 위국충심이 거룩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춘향전에는 확인된 바 없어 사실상 최초
-“논개는 진주ㆍ촉석루ㆍ의암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존재”

▣ 경상대 소장 『별춘향전』에 ‘논개’ 등장 처음 확인

판소리 ‘춘향전’에 진주 기생 논개가 등장한다!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권순기)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박용식ㆍ서유석 교수는 경상대 도서관 소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판소리 춘향전에 임진왜란 때 왜적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충절의 화신 논개가 등장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춘향전에는 논개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춘향전에 논개(이암씨)에 대한 내용이 세부적으로 설명되는 판본을 처음 확인한 것이어서, 5월 22일부터 3일간 진주성 일원에서 열리는 ‘진주논개제2015’를 앞두고 지역 문화계와 학계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경상대 도서관(관장 허권수 한문학과 교수)과 박용식ㆍ서유석 교수에 따르면, 경상대 문천각 ‘아천문고’에 소장되어 있는 『별춘향전』(경상대본 춘향전) 75장본에 ‘진주 기생’ 논개가 등장한다. 『별춘향전』은 2005년에 배연형 동국대 교수가 연구하여 학계에서 ‘경상대본 춘향전’으로 명명한 바 있다. 또한 경상대 도서관 ‘춘추문고’에 소장되어 있는 『오가전집』에 수록된 ‘춘향전’에도 다시 등장한다.

▣ 신관사또 문초에 춘향은 논개의 예를 들어 반박

『별춘향전』에서 논개가 등장하는 장면은 다음과 같다.

요보시오 사도님 춘향 말삼을 들어시요 긔이라고 충열이 업단 말삼이요 쳔황지황만팔셰의 고금역을 일랍다 국 일은 다 모르거니와 아국으로만 일압다 진주 긔 이암씨 위국충심이 거록여 임진남이 창양할 졔 촉셕누 놉푼 집의 연을 셜고 남강 일편셕의 양진형셰을 결단코져 남강수 깁푼 물의 허리을 안고 러져 죽어시니 긴들 충여가 아니오며...

춘향이 신관사또에게 문초를 당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임을 주장함과 동시에 이 도령에 대한 정절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때 춘향은 기생에게 정절이 없다는 신관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자신과 같이 신의와 충절을 알고 있는 기생들의 이름과 그 사례를 꼽는다. 그중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이암씨’ 즉 ‘논개’이다.

서유석 교수는 “‘이암’, 혹은 ‘이암이’란 논개가 의거한 촉석루에 있는 ‘의암(義巖)’의 경남 방언이다. 진주 일대 민요를 살펴보면 ‘논개’라는 이름보다는 ‘이암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며 “이는 결국 논개가 촉석루와 의암, 그리고 진주를　떠나 존재할 수 없는 의인(義人)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근거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선유 명창이 남긴 『오가전집』을 살펴보면 역시 ‘춘향가’에 논개가 등장한다. “네가 모르는 말이로다. 임진왜란 분분시에 평양감영에 월선부인 진주 병영 논개 우리 남원골 춘향이가 나씨니...” 여기서 등장하는 논개 역시 춘향의 정절을 설명하는 데 인용되고 있으며, 나아가 춘향이 자신의 정절을 지킴으로써 논개와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는 의로운 기생이 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 논개가 진주의 의인임은 판소리 문학에서도 확인

서유석 교수는 “논개의 충절이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에 이렇게 등장하는 것은 그가 보여준 충절이 춘향이 드러내고자 하는 정절보다 더 큰 의미를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생에게 정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힐난하는 신관사또에게 춘향이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질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기생이면서도 개인적 정절을 넘어서 나라에 대한 충절을 보여준 논개가 앞서 존재했으니 가능한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또 서유석 교수는 “동편제 소리의 주요한 향유 지역 중 하나였던 진주에서 논개가 등장하는 판소리 사설이 발견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고 말한다. 『별춘향전』은 진주의 국문학자이자 교육자인 아천 최재호 선생(1917~1986)의 소장본이었고, 나아가 진주와 경남 서부지역의 창자들이 판소리 학습과 연행에 사용했던 ‘소리책’의 하나임이 분명하니, ‘춘향가’ 사설을 구성하면서 ‘이암씨(논개)’를 언급했음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명창 이선유의 『오가전집』에 다른 판소리 사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논개’가 등장한 것도 똑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사실 판소리에 나타나는 논개 형상을 살펴보면서 꼭 주목해야 할 사실은 논개가 ‘이암씨’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논개, 주달물의 딸, 혹은 최경회 장군의 아내가 아닌 ‘이암씨’ 즉 ‘의암의 아씨’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은 논개가 이곳 진주와 촉석루, 그리고 스스로 몸을 던진 ‘의암’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의암 없는 ‘의암씨’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논개가 진주의 의인임은 이렇게 판소리와 판소리 문학 곳곳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 아천문고
진주 삼현여고 설립자인 아천 최재호 선생이 평생 수집한 고서 3314권을 그의 아들 최문석 삼현여고 교장이 1989년 1월 기증한 것이다. 『별춘향천 75장』에는 판소리 장단은 물론 성음이나 발생, 성색, 소리제, 음정, 악상 등의 내용을 다양하게 지시하고 있으며, 당시에 불리던 시조, 가곡, 민요도 두루 담고 있어 가장 풍부한 내용을 지닌 소리책으로 알려졌다. 이 소리책은 춘향가 속에 ‘적벽가’와 같은 소리 일부가 액자처럼 들어있고, 옛 명창이 소리경연을 펼치는 대목도 들어 있어 학술 가치가 매우 높다.

‣ 춘추문고
재일 교포 허영중 회장이 일본 도쿄의 KKJ(주)(일본문화센터)가 소장해 온 자료를 비롯하여 일본에서 평생 모은 것을 2002년 8월 25일 기증한 것이다. 이 자료는 한ㆍ중ㆍ일 근대사 관련 기록물로 일본강점기 한국, 만주, 시베리아, 중국, 일본, 구미 등과 관련된 각종 역사 도서, 문서, 사진, 잡지, 신문 등을 망라하고 있다. 도서관은 허영중 회장이 기증한 도서를 ‘춘추문고(春秋文庫)’로 명명하였다.

‣ 『오가전집』
명창 이선유(李善有)의 판소리 사설을 김택수(金澤洙)가 채록하여 1933년에 펴낸 우리나라 최초의 판소리 사설집이다.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적벽가’, ‘수궁가’ 다섯 마당이 실려 있다.
명창 이선유는 1872년(고종 9) 경상남도 진주에서 출생하여 10살 때부터 판소리 공부를 시작하여 15살에 송우룡(宋雨龍)의 문하에서 3년간 공부하였다. 그 뒤로는 독학을 하다가 30살에 김세종(金世宗) 문하에 들어간 뒤 판소리 명창이 되었다. 만년에는 진주지역에서 은거하며 후배를 양성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동편(東便) 소리의 고제(古制)를 특히 잘 불렀다. 『오가전집』은 판소리 장단을 채록하여 출판한 최초의 판소리 사설집으로, 판소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사진 설명: 20150520-1.문천각 아천문고 소장 별춘향전 75장본
20150520-2.문천각 아천문고 소장 별춘향전 75장본, 논개 등장 부분
20150520-3.도서관 춘추문고 소장 이선유 오가전집
▯내용 문의: 박용식 교수 055-772-1029, 서유석 교수 055-772-1022, 문천각 055-772-0507